트럼프 “우리가 아니면 중국이 한다. 암호화폐 믿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디지털 자산 및 암호화폐 정책 연설 장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차기 행정부의 핵심 어젠다로 ‘암호화폐 패권(Crypto Dominance)’을 천명했다. 그는 최근 공식 석상에서 “미국이 암호화폐 산업을 주도하지 않으면 중국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며, 디지털 자산 시장을 단순한 금융 상품이 아닌 국가 안보와 직결된 전략적 요충지로 규정했다. 특히 그는 현재 진행 중인 인공지능(AI) 경쟁을 언급하며, 암호화폐 또한 미국이 선점해야 할 필수적인 기술 주권 영역임을 강조했다. 본 리포트는 트럼프의 발언에 담긴 지정학적 의도와 미-중 간 디지털 패권 경쟁의 현주소를 데이터와 정책적 맥락을 통해 분석한다.

1. 전략적 자산으로의 격상: “미국이 주도하거나, 중국에 뺏기거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우리가 하지 않으면 중국이 한다(If we don’t lead in crypto, China will)”는 발언은 암호화폐를 바라보는 워싱턴 정가의 시각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과거 암호화폐를 달러 패권에 대한 위협이나 투기 수단으로 치부하던 시각에서 벗어나, 이를 인터넷 프로토콜이나 반도체와 같은 국가 기반 기술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인식 전환의 배경에는 중국의 움직임이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은 2021년 본토 내에서의 암호화폐 채굴과 거래를 전면 금지했지만, 국가 주도의 블록체인 인프라는 오히려 강화해 왔다.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블록체인 서비스 네트워크(BSN, Blockchain-based Service Network)와 디지털 위안화(e-CNY)는 미국 중심의 금융 시스템(SWIFT)을 우회할 수 있는 대안 결제망 구축을 목표로 한다. 트럼프의 발언은 민간 주도의 자유로운 암호화폐 시장을 육성하여, 중국의 국가 주도형 디지털 금융 확장을 견제하겠다는 ‘디지털 봉쇄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2. AI 레이스와의 평행이론: 에너지와 연산 능력의 싸움

트럼프는 암호화폐 경쟁을 인공지능(AI) 레이스에 비유하며 “미국은 이미 AI 분야에서 앞서 있으며, 이 우위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암호화폐 산업과 AI 산업이 공유하는 기술적, 물적 토대를 정확히 겨냥한 발언이다.

첫째, 두 산업 모두 막대한 전력과 고성능 연산 처리 장치(GPU/ASIC)를 필요로 한다. 현재 미국은 텍사스와 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데이터 센터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다. 암호화폐 채굴 기업들이 보유한 에너지 인프라와 데이터 센터는 AI 모델 학습을 위한 연산 기지로 전환되거나 병행 사용되는 추세다. 즉, 암호화폐 인프라에서의 우위가 곧 AI 연산 능력(Compute Power)의 우위로 직결되는 구조다.

둘째, 자본의 흐름이다. 실리콘밸리의 벤처 자본은 AI와 블록체인 기술에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의 발언은 규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미국의 자본과 기술 인재가 해외(두바이, 싱가포르, 홍콩 등)로 유출되는 것을 막고, 미국 본토를 디지털 자산의 허브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이는 20세기 석유 패권이 21세기 데이터 및 디지털 자산 패권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미국이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3. 데이터로 보는 미-중 디지털 경쟁 현황

중국의 전면 금지 조치 이후, 표면적으로 암호화폐 채굴 및 노드 운영의 주도권은 미국으로 넘어왔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비트코인 전력 소비 지수(CBECI) 데이터에 따르면, 2021년 중국의 단속 이전까지 전 세계 해시레이트(Hashrate)의 약 65% 이상을 중국이 점유했으나, 이후 미국이 38% 이상을 점유하며 1위 국가로 부상했다.

그러나 ‘통제권’의 관점에서는 여전히 중국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세계 최대의 채굴 장비 제조업체(Bitmain 등)와 주요 채굴 풀의 운영 주체는 여전히 중화권 자본과 깊게 연관되어 있다. 또한, 홍콩을 통한 우회적인 시장 개방 움직임은 중국이 언제든 다시 시장의 메이저 플레이어로 복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트럼프 캠프 측은 이러한 잠재적 위협을 인지하고, 미국 내에서 채굴부터 커스터디(수탁), 거래소 운영까지 완결된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4. 달러 패권의 새로운 도구: 스테이블코인

“나는 암호화폐를 믿는다(I believe in crypto)”는 발언은 달러 패권의 확장 수단으로서 스테이블코인의 역할을 인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전 세계 암호화폐 거래의 기축 통화 역할을 하는 스테이블코인(USDT, USDC 등)의 99% 이상이 미국 달러에 페깅(Pegging)되어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암호화폐 시장이 커질수록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달러의 지배력이 강화됨을 의미한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은 준비금으로 막대한 양의 미국 단기 국채를 매입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 정부의 부채 관리에도 기여하고 있다. 트럼프와 공화당 일각에서는 이를 ‘디지털 달러’의 민간 버전으로 활용하여, 중국의 일대일로(Belt and Road) 프로젝트에 대응하는 금융 무기로 삼으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즉, 미국의 규제 하에 있는 스테이블코인을 장려함으로써 글로벌 결제 시장에서의 달러 의존도를 디지털 영역으로 확장하려는 전략이다.

5. 규제 패러다임의 전환 예고

트럼프의 이번 발언은 현 바이든 행정부의 규제 중심 기조(SEC의 집행을 통한 규제)와의 확실한 차별화를 예고한다. 그동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대다수 알트코인을 증권으로 규정하고 강력한 소송전을 벌여왔다. 이에 대해 업계는 명확한 가이드라인 부재가 혁신을 저해한다고 비판해 왔다.

트럼프가 시사한 ‘미국 우선주의’ 암호화폐 정책은 규제 명확성을 통한 산업 육성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는 구체적으로 ▲비트코인 등 주요 자산의 전략적 비축 자산화 검토 ▲채굴 산업에 대한 에너지 정책 지원 ▲명확한 스테이블코인 입법 ▲자기 수탁(Self-custody) 권리 보장 등으로 구체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기업들에게 예측 가능한 사업 환경을 제공하여, 글로벌 크립토 기업들을 미국으로 유치(On-shoring)하려는 경제적 유인책이기도 하다.

6. 결론: 선택이 아닌 필수 생존 전략

트럼프 전 대통령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디지털 자산 시장은 방임하거나 금지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며, 미국이 선제적으로 규칙을 정하지 않으면 지정학적 경쟁자인 중국이 그 규칙을 정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다. 이는 20세기 우주 경쟁(Space Race)이 그랬듯, 21세기의 기술 패권 경쟁이 블록체인과 AI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전개될 것임을 시사한다.

미국의 차기 행정부가 어떤 형태로 구성되든, 암호화폐를 둘러싼 미-중 간의 주도권 다툼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미국은 달러라는 기축 통화의 지위를 방어함과 동시에, 차세대 금융 네트워크의 소유권을 확보하기 위해 보다 공격적인 산업 육성 정책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암호화폐를 주도하는 자가 미래 금융을 지배한다”는 명제는 이제 정치적 수사를 넘어, 국가 생존 전략의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